[바둑이야기][6] 일본기원의 탄생

2023.03.31 - [바둑이야기] - [바둑이야기][1] 바둑 삼국지

[바둑이야기][1] 바둑 삼국지

2023.04.04 - [바둑이야기] - [바둑이야기][2] 고대 중국의 바둑

[바둑이야기][2] 고대 중국의 바둑

2023.04.07 - [바둑이야기] - [바둑이야기][3] 일본바둑의 발전

[바둑이야기][3] 일본바둑의 발전

2023.04.14 - [바둑이야기] - [바둑이야기][4] 바둑과 병법

[바둑이야기][4] 바둑과 병법

2023.04.19 - [바둑이야기] - [바둑이야기][5] 4대문파의 경쟁

[바둑이야기][5] 4대문파의 경쟁

---

명인기소 시대 끝나다

 

17세기부터 명인기소를 통하여 바둑계를 후원하던 막부 시대가 끝나면서 일본 바둑계에 찬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막부의 후원이 끊기면서 바둑문파들의 생존이 위협받게 된 것입니다. 지원에 의존하는 단체들은 지원이 끊기면 자생력을 갖기 어려운 법이죠.

 

메이지유신의 여파로 바둑 4가문에 대한 봉록 지급이 중단되면서 기사들은 생계의 위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할 목적으로 ‘방원사’라는 단체가 생겨났습니다. 또한 비성회라는 조직도 나왔습니다. 기존의 시스템이 무너지며 혼란과 분쟁의 시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 바둑 관계자들은 ‘일본기원(日本棋院)’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됩니다. 바둑총본부 같은 기구를 조직하고, 바둑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입니다. 정부의 후원을 받던 무협지 모델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모델로 바뀌었다고 할까요.

반응형

---

새로운 상품; 관전기

 

이 시기에는 프로제도의 운영과 함께 대중에 대한 바둑보급을 시도한 것이 특징입니다.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의 명인기소 시대에는 바둑팬들을 양성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엘리트 기사들끼리 시합을 하는 것이 주요활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기원이 탄생하면서 바둑책을 내고 바둑지도를 하는 등의 보급 활동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활동 중에서 괄목할 만한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바둑 관전기(觀戰記)’라고 불리는 신문의 바둑란입니다. 신문사에서 프로기전을 주최하고 그 내용을 기보로 보여주며 해설을 했습니다. 이 관전기를 주로 소설가나 시인 같은 문인들이 맡았습니다.

 

바둑해설을 문필가들에게 맡긴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이들은 바둑수만이 아니라 비하인드 스토리, 바둑관, 대국심리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바둑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바둑을 아는 사람은 더 재미가 있었겠지요. 명지대 바둑학과에서는 관전기를 ‘바둑문학’의 범주에 넣고 있습니다.

 

바둑관전기는 바둑인구를 늘리고 바둑을 홍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본 명인전 도전시합을 할 때면 그 관전기를 읽으려고 신문을 사는 독자가 굉장히 많았다고 합니다. 이 관전기를 모아 책으로 냈고, 한국어로도 번역이 되었습니다. 저도 10여 권을 모두 사서 읽었습니다.

 

앞서가는 일본

 

일본은 이처럼 변혁기를 거치며 신제도를 만들어냄으로써 한중일 3국 중에서 가장 앞서가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서구세계로 바둑을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무렵 한국은 사랑방에서 아마추어들이 오락으로 바둑을 두던 시절이었죠. 신식 바둑단체를 만들어 프로제도를 운영한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킨 역사적 사건이 일어납니다. 한국바둑의 개척자 조남철의 도일입니다. 일제 강점기인 1937년에 청소년 조남철은 일본으로 바둑유학을 떠납니다. 몇 년 후 프로자격증을 취득해 귀국한 조남철은 일본의 제도를 한국에 이식시키며 한국바둑의 도약을 부르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