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야기][3] 일본바둑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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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보다 늦은 일본바둑

 

흔히 바둑은 중국에서 창안되어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명백한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기, 왕인 등이 일본으로 건너가 백제의 문물을 전파한 것으로 볼 때 바둑도 한국에서 일본으로 보급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백제의 의자왕은 상아로 만든 아름다운 바둑알을 일본에 선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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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기소

 

어떤 경로를 거쳤든 일본의 바둑역사가 중국보다 늦게 시작된 것은 확실합니다. 고대중국은 기대조나 기박사 같은 바둑 전문인들에 의해 바둑서가 편찬될 만큼 기술 수준이 높았습니다. 조선시대 중엽까지 중국이 바둑삼국지의 정상이었다고 보아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17세기를 분기점으로 일본이 최강으로 도약하게 됩니다. 그것은 일본 천하를 통일한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바둑 장려 정책 덕분입니다. 도카가와는 ‘명인기소(名人碁所)’라는 바둑관직을 두어 최고 실력자인 명인(9단)이 바둑계를 관장하도록 했습니다. 이 제도로부터 일본의 바둑기술이 크게 발전하게 됩니다.

 

도쿠가와는 왜 바둑을 장려했을까요? 예전에 들은 얘기로는, 도쿠가와가 전쟁터에서 칼부림을 하던 병사들이 평화 시에 정착하도록 하기 위하여 전쟁의 게임인 바둑판 위에서 싸우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 설을 뒷받침할 자료는 없지만 그럴 듯한 해석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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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략에 이용

 

명인기소의 탄생에는 닛카이(日海)라는 바둑고수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닛카이는 일본 전국시대의 3걸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카가와 이에야스와 모두 바둑으로 친분을 맺었습니다. <산사소전>에는 이렇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닛카이는 적광사 니치엔 상인의 제자로 학문과 덕을 겸하여 갖추었다. 한편 기도(棋道)에도 숙달하여 천하에 견줄 사람이 없었다. 그러므로 오다는 닛카이를 불러서 전술에 참고하기 위해 바둑을 두었고, 도요토미도 군사를 위해 바둑강의를 들었으며, 도쿠가와도 닛카이를 청하여 군승(軍僧)으로 삼았다.” (이승우, 바둑의 역사와 문화)

 

오다와 도요토미가 군사적 전술과 전략을 위해 바둑을 이용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일본의 바둑사 책에는 “도요토미가 바둑을 즐긴 이유 중의 하나는 야전(野戰)에 응용하려는 생각에서였다. 부하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하고 때로는 중요시되는 부장들을 모아 닛카이의 강의를 경청하게 하기도 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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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쿠가와는 닛카이를 병사들을 위무하는 군승(軍僧)으로 삼았습니다. 닛카이는 적광사에서 불도를 닦은 승려였으니 이상할 것은 없겠죠. 앞의 역사서에서는 도쿠가와가 ‘바둑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여 좋은 것이니까 소중히 하고 후세에 남기려고 했다고 합니다.

 

도쿠가와는 명인기소를 만들었는데, 기소의 원조는 도요토미입니다. 그는 최고 벼슬인 관백에 오르자 축하연으로 바둑시합을 열었습니다. 거기서 닛카이가 우승하자 ‘기소’의 증서를 내리고 상으로 쌀 20석, 10명분의 부조금, 1800여 평의 토지를 주었다고 합니다.

 

도요토미의 뒤를 이어 권력자가 된 도쿠가와는 이 기소 제도를 강화하여 명인기소로 만들고 여기에 취임한 고수가 모든 기사의 입단, 승단, 면장 발행권을 독점하고 바둑에 관한 모든 기획과 행사를 주관하도록 했습니다. 말하자면 프로바둑제도를 만들고 사업권까지 명인에게 허용한 셈입니다.

 

이처럼 특별한 지위와 권한을 가진 명인기소를 두고 경쟁이 치열했음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 경쟁체제 속에서 일본의 바둑은 크게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도쿠가와가 만든 ‘명인기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일면서 많은 고수들이 출현했고, 주옥같은 기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