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2 - [바둑이야기] - [바둑이야기] [13] 바둑 3단계
[바둑이야기] [13] 바둑 3단계
바둑에는 포석, 정석, 사활 등 다양한 기술이 있습니다. 약 10개 기술 분야가 있는데, 정확히 몇 가지 분야가 있는지를 단언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기술들이 몇 가지 다른 루트로 발전되어 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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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경기에 쓰는 바둑판은 45cm 정도의 작은 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안에 우주가 담겨 있다고 한다. 보드게임 중에서 우주를 얘기하는 것은 바둑이 유일할 것이다.
단순히 나무판 위에 줄을 그어놓은 바둑판에서 우주를 논하는 것은 일견 황당해 뵌다.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로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천문(天文)과의 관련성이다. 옛날 바둑이 천문을 관측하는 용도로 쓰였을 수 있다. 또 하나는 바둑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선비들이 우주의 섭리 같은 상징적 요소를 도입했을 가능성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는 중국 원나라의 학자인 우집이다. 우집은 요순이 어리석은 아들에게 성인(聖人)의 도인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가르치지 않고 왜 권모술수의 놀이인 바둑을 가르쳤나 하는 비판을 반박하면서, 바둑은 하늘과 땅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져 그 안에 음양의 움직임, 풍운의 변화 등 삼라만상의 이치가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유능한 이만이 인으로 지키고, 의로 행하며, 예로 질서를 정하고, 지혜로 사리를 판별할 수 있다는 것.
우집은 바둑이 가치 있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 반상의 우주론을 전개한 것이다. 우주의 섭리가 담겨 있어 바둑은 다른 기예와는 다르고, 유학의 덕목인 인의예지가 발현된다는 주장이다.
한편 고대의 바둑이론을 다룬 <기경13편>의 ‘기국편’에는 바둑판의 361로가 1년을 뜻하고, 네 군데 모서리는 춘하추동을 가리킨다고 적혀 있다. 흑백의 바둑돌은 음양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바둑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주장은 바둑이 천문과 모종의 관련성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고대에 바둑이 점성술의 도구로 쓰였다는 설이 있다. 이 설을 뒷받침하듯 바둑판 위의 굵은 점을 중국과 일본에서는 별(星)이라고 부른다. 바둑판의 한가운데 점은 우주의 중심이라는 의미로 ‘천원(天元)’이라고 불린다.
일본에서 천문(天文)에 밝았던 야스이 산데쓰라는 기사는 우주의 중심인 천원을 차지하면 바둑을 질 수 없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래서 기성(棋聖) 도사쿠와 대결할 때 첫수를 [그림1]처럼 천원에 두었다. 이 바둑은 상대인 도사쿠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 산데쓰가 힘을 쓰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이 바둑 이후 산데쓰는 다시는 첫 수를 천원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바둑판에 실질적으로 우주를 담은 기사가 있다. ‘우주류’로 불리는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이다. 다케미야는 우주에서 별들의 전쟁을 벌이는 듯한 호쾌한 바둑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2도]가 우주류의 한 장면. 백1로 하반부에 광대한 백진을 건설했다. 이런 수를 둘 때 마치 광활한 우주로 나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여기에 흑이 뛰어들면 생사를 건 혈전이 벌어질 것이다. 이 다음 진행이 재미있는데, 여기서는 생략. 이 바둑은 백의 쾌승으로 끝났다.
아쉽게도 매력적인 우주류는 앞으로 구경하기 힘들 것 같다. 기사들이 현금과 같은 실리를 선호하는 데다가, 인공지능의 평가가 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둑의 신 인공지능은 우주류든 지하철이든 관심이 없고 오로지 승리확률만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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