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인생경영][3] 피아의 전력을 분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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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경쟁의 전략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략을 펼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력(戰力)’을 분석하는 일입니다. 싸울 상대의 실력을 분석하고, 또 나의 실력도 분석해야 합니다.
전쟁이나 스포츠경기에서 이러한 분석을 하지 않는다면 승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자병법>을 쓴 손무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이 말이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말일 것입니다. 전략의 귀재가 본격적인 병법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특별하죠. 그만큼 적과 나의 전력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전에 복싱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국의 김태식 선수가 남미의 챔피언 이바라에게 도전을 했는데요. 이바라는 멀리 한국에 사는 김태식 선수에 대해 잘 몰랐고, 가볍게 펀치를 휘둘러 파이트머니를 챙길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붙자 김태식의 소나기 펀치가 쏟아졌고 이바라는 졸지에 타이틀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경기에서 이바라가 김태식이 어떤 선수인지를 알았다면 승부의 양상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소나기 펀치를 피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펼쳤겠지요.
 
이 실화처럼 상대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고 싸우는 것은 위험합니다. 분석 없이 싸우는 것은 마치 신발 끈을 매지 않고 높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바둑에서 프로기사들은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상대방에 대한 분석에 들어갑니다. 이에 관해서는 ‘괴물 슈코’로 불린 일본의 후지사와 슈코 기성의 일화가 유명합니다.
 
후지사와 9단은 일본바둑 최고의 타이틀인 ‘기성(棋聖)’을 5기 연속 차지했는데요. 술고래에 나이도 많은 후지사와였기에 주변에서는 젊은 도전자에게 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그러나 후지사와는 무난히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두곤 했습니다.
 
후지사와는 자신에 대한 도전자가 결정되면 3개월 전부터 좋아하는 술을 끊고, 도전자의 기보(棋譜; 바둑경기의 수순을 적은 기록)를 2,3백 국 수집하여 분석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상대가 최근 어떤 전법을 즐겨 쓰고 있는지,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은 무엇인지 등을 분석한 것이죠.
 
이런 분석을 하고 기성전 도전시합에 임한 후지사와 9단은 쟁쟁한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5년 연속 최고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후지사와 9단처럼 다른 기사들도 중요한 시합을 할 때면 상대에 대한 분석을 합니다.
 
이러한 분석은 마케팅전략에서도 필수입니다. 마케팅에서는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는 ‘SWOT’ 분석을 하죠. 이것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을 분석하여 전략적 시사점을 얻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제대로 사용한다면 꽤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손자병법과 바둑에서 강조하는 ‘지피지기’의 필요성을 일상생활에 적용한다면, 주식투자나 창업 등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할 때 알고서 도전하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 하는 식으로 한다면 생각지 않은 복병을 만나 고전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